게임 개발자 출신 소설가들이 체험, 지식, 애정을 녹여 만든 ‘현실 게임소설’ 단편선. 고난도 작업물을 지독한 환경에서도 완수하는 개발자들 이야기가 해당 게임의 서사와 찰떡같이 맞물리며 낭만적이고도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여기에, 단순 재미로 게임하는 플레이어에게 불만을 품은 게임 속 캐릭터 이야기가 더해지며 독자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RPG, TRPG, MMORPG, 증강현실 등 작품별로 게임 분야를 달리하여 읽는 재미를 더한다.
한국 장르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김보영, 국내 최고의 TRPG 전문 출판사 편집장이자 『메르시아의 별』로 데뷔한 김성일, 『S.K.T』등 판타지소설로 두터운 팬 층을 이끌고 있는 김철곤, 게이머이자 개발자이자 소설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인정, 게임 시나리오?SF?청소년소설 등에 활발히 참여 중인 전삼혜가 그리는 ‘현실 게임소설’을 통해 독특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게임만큼이나 흥미진진한 다섯 가지 이야기로 대중이 즐기는 게임이 개발되고 플레이되는 현장을 실감 나게 엿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내가 게임 좀 만들어봤는데 말이야,
진짜 게임은 그렇게 안 돌아가거든?”
게임 개발자 출신 소설가 5인이
체험, 지식, 애정을 녹여 만든 하이퍼리얼리즘 게임소설 단편선
바야흐로 게임판타지 시대다. 『옥스타니칼스의 아이들』로 시작해 『달빛조각사』, 일본의 『소드 아트 온라인』 그리고 웹소설의 큰 축이 된 게임판타지. 가상세계에 들어가 허공에 뜬 상태창을 보며 착실히 레벨업하는 게임판타지 광경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대중이 이렇게 게임판타지를 즐기는 동안 개발자들에겐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 대규모 과금으로 한 번에 모든 게임 요소를 깨뜨리는 자본가, 다 만든 게임을 뒤엎어버리는 낙하산 기획자…. 어처구니없는 버그로 숨겨놓은 것이 다 드러나는 일도, 밸런스가 망하는 일도, 그 밸런스를 바꾸는 패치를 했다가 유저의 항의로 되돌리는 일도 흔하다. 이에 게임 개발자 출신의 소설가 5인이 게임 제작 체험, 지식, 애정을 녹여 ‘현실 게임소설’ 다섯 편을 썼다.
김보영, 「저예산 프로젝트」
출시되지 못하고 사라졌던 한 증강현실 게임이 있다. 게임 시나리오에 남다른 철학이 있었던 개발자 이세연의 작품이다. 아무 다른 그래픽 없이 오직 단 한 명의 재연 배우만으로 진행되는 게임. 화자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 이세연과의 긴 인연이 밝혀지며, 왜 마니아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지도 드러난다. 증강현실 게임이 주류인 평행세계, 화자의 냉소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화법이 재미를 더하고, 그가 맞이한 게임의 결말과 소설의 메시지가 맞닿으면서 읽는 이에게 잔잔한 전율을 안겨준다.
전삼혜, 「당신이 나의 히어로」
주인공 팀에 5년 전 종료한 게임 리메이크 의뢰가 들어온다. 전신감각 시대에 하프감각 시스템의 [마지막 왕]이 그 대상. 유저들이 미스트리스, 라비아, 쿼터베리온 진영으로 나뉘어 자신의 주군을 왕으로 만들어야 하는 RPG다. 프리 소스, 시나리오, 플레이 로그 등 원재료는 빈약하고 마감일은 촉박한 상황. 더욱이 세 주군 중 현저히 인기가 없었던 미스트리스의 소스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던 중 팀원 하나가 미스트리스 연맹이었던 ‘젤소미나’라는 업로더 계정을 발견하면서 리메이크 작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마이너한 캐릭터가 조명되는 이 작품을 통해 독자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낭만과 삶의 의미를 짚어보게 된다.
김성일,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
여기, 현실 세계보다 훨씬 진지한 TRPG 속 캐릭터들이 있다. 성전사 마리드, 마술사 케냐다, 전사 티샬라가 바로 그들. 특히 성전사 마리드는 신의 계시를 받아 제국 지배하에 놓인 신전의 축복을 되돌리는 임무를 맡고 있다. 노쇠한 케냐다, 다혈질 티샬라와 함께 이 임무를 완수해야 하건만, 플레이어들 실력이 영 신통치 않다. 더욱이 캐릭터들이 다치고, 절박해하고, 슬퍼하는 동안 그들은 낄낄거리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한다. 최후 결전의 순간, 마리드는 플레이어가 과연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할지 기로에 놓인다. 캐릭터들이 플레이어의 반응에 울고 웃는 상황이 재미를 안겨주는 동시에, 아날로그 게임 캐릭터들이 살아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김인정, 「앱솔루트 퀘스트」
꿈속에서도 한창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의 새 업데이트 작업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김고래. 다양한 성격의 동료들과 업무를 완수해가던 어느 날, 난데없는 오더가 내려온다. 지역 입장 퀘스트를 빼자고. 그러자면 업데이트 분량의 퀘스트 전체 수정, 재테스트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수정을 요청하는 동료의 자세는 태연하다. 그뿐이랴. 해외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 갑자기 캐릭터 성격을 수정해야 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획팀장은 사장과 싸우기 시작하는데…. 신경전과 소동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김고래는 이 난국을 극복해갈 현실적 방안을 찾아 헤맨다. 생생하게 묘사된 게임 개발 현장과 개발자의 고뇌를 통해 독자는 하나의 게임이 완성되는 과정을 실감나게 엿볼 수 있다.
김철곤, 「즉위식」
10년 전엔 모든 세계가 주목한 게임 제작사였지만 지금은 완전히 퇴물이 된 비운의 회사 ‘재미난소프트’. 파산만 다가오는 이 회사에 의문의 개발 의뢰 메일이 도착한다. 보낸 이도 난생처음 듣는 무만왕국이라는 나라의 왕실이었다. 내용은 귀사의 온라인 게임을 자국에 서비스하고 싶다는 것. 또한 그 게임 속에서 왕세자의 즉위식을 치르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요청. 심지어 무만왕국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는 작은 나라였다. 그러나 망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이 일을 성사시켜야 했던 회사는 사업팀장 탁민을 미지의 왕국으로 파견한다. 과연 재미난소프트는 이 불가능한 의뢰를 성공시키고 부활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는 유머와 참신한 발상이 큰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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