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나비클럽)

자라지 않는 아이 홍선주

총 3화
거울 속 여자의 얼굴 옆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이 점점 어른의 것으로 변하더니 성인 여성의 얼굴이 되었다. 아이의 어머니이자 남자의 전부인. 아이보다 더 아름다운, 한 여성의 얼굴. 여자는 그 얼굴과 자신의 것을 나란히 보며 생각에 빠졌다. 남자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저렇게나 아름다웠던 부인을 잊고 나를 사랑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

무속인 살인사건 홍정기

총 3화
은기의 머릿속에서 공상이 시작됐다. 공상은 이미지화되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한동안의 망상이 끝나자 은기는 다시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타탁 타탁 타타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이어졌다.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였으나 어느새 이미지는 문장이 되었고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탈바꿈됐다. 두 시간 만에 집필이 끝났다. 뭔가에

임시보호 되었습니다 김영민

총 3화
“강아지한테는 가슴 줄을 하세요.”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남자는 내 말을 듣고도 계속 일시정지 모드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생각이 미친 듯 뒤를 돌아봤다. 레트리버가 앉아 자세를 취하며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모든 행동을 일부러 느리게 하는 듯했다. “왜요?”

버추얼 러브 제리안

총 3화
욕조를 그득 채우고 있는 액체는 분명 피였다. 그렇다는 건…. 찰나에 뇌의 활동이 멈췄다.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 눈앞의 대상이 희뿌옇게 흔들렸다. 맥없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나던 그때, 무언가가 발꿈치에 닿았다. 무심코 내려다본 타일 바닥엔 혈흔이 묻은 식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연실색한 두나의 가느다란 팔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났다.

공짜는 없다 장우석

총 3화
“오른쪽 팔이라서 좀 지장이 있겠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라도 다쳐줘서 말이다. “뭐 할 수 없지. 왼손으로 수저 잡는 거 연습 중인데 좀 더 노력하면 될 거 같아.” 석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깁스를 한 팔에 그림처럼 그려진 글씨를 바라보았다. Keine Kosten.

가문비 탁자 공원국

총 4화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삶이 무너졌을 때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탐험하는 인류학자이자 이야기꾼 공원국의 첫 장편소설 『가문비 탁자』.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인 티베트 고원을 무대로, 티베트와 중국 내륙이 만나는 가상의 도시 강녕을 등장시켜 그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과거의 도시를 밀어내고 크고 거대한 마천루를 짓고 있는 곳,

언제나 당신 곁에 홍성호

총 5화
그런 생각을 접자 또 다른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과연 여기서 여자의 자살을 막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어차피 모르는 사람이니까 그냥 자리를 뜨는 게 맞는지 말이에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그 자리를 뜰 수 없었습니다. 마음을 정하자마자 즉시 뛰어가 차문을 열고, 강제로 끌어냈죠. 그 여자는 축 처진 몸을 내게 의지하면서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떤 자살 한새마

총 6화
남자의 시신 옆에 웬 백발 노파 한 분이 땟국에 전 차렵이불을 턱 밑까지 덮고 누워 있는 게 아니겠어요? 푹 꺼진 두 눈에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있는 노파의 모습은 완전히 쪼그라든 미라 같았어요. 바로 그때 죽은 줄 알았던 노파가 턱을 달달 떨면서 신음 소릴 내뱉는 것이었어요. “여기 생존자다! 살아 있다!”

윌리들 한새마

총 7화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다. 기숙사 창문에 붙어 있는 ‘얼음 왕국’ 스티커하고도 너무 잘 어울린다. 누군가의 유치한 취향까지 용서가 되는 완벽한 밤이었다. 나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침대 옆 수납장 위에 세워놓았다. 사진 한 장쯤은 괜찮을 것이다. 이걸로 누군가를 죽일 순 없을 테니까.

푸른 수염의 방 홍선주

총 5화
은수는 분명히 죽었다. 아니, 내가 죽였다. 분명히 그때 숨이 끊어진 것까지 확인했다.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의 온기를 두 손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런데 어떻게 눈앞에 은수가 계속 나타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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