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77건의 작품

인간을 해부하다류성희

그날 밤 억병으로 취해 말했다. 법의학 의사가 된 이유 중 하나는 수술 도중 사람이 죽을 염려가 없어서라고. 이후로 나는 대놓고는 아니지만 그를 경멸하기 시작했다. “장 선배님, 준비 끝났습니다.” 닥터 최가 불렀다. 죽음과 맞부딪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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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김세화

오지영 형사과장은 노란색 출입금지 띠를 들어 올리고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섰다. 남자의 상체는 앞에서도, 옆에서도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고 목은 거기서 부터 앞쪽으로 45도 더 꺾여 있었다. 두 다리는 쭈그린 자세였다. (중략) 경광등 불빛에 비친 두 눈동자는 푸른색 빛을 반사하는 잿빛 조각돌 같았다. 오 과장은 숨진 남자의 눈에서 한동안 시선을 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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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지 않는 아이홍선주

거울 속 여자의 얼굴 옆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얼굴이 점점 어른의 것으로 변하더니 성인 여성의 얼굴이 되었다. 아이의 어머니이자 남자의 전부인. 아이보다 더 아름다운, 한 여성의 얼굴. 여자는 그 얼굴과 자신의 것을 나란히 보며 생각에 빠졌다. 남자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저렇게나 아름다웠던 부인을 잊고 나를 사랑하는 게 과연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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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 살인사건홍정기

은기의 머릿속에서 공상이 시작됐다. 공상은 이미지화되어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한동안의 망상이 끝나자 은기는 다시 컴퓨터 앞에 자리를 잡았다. 타탁 타탁 타타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이어졌다.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였으나 어느새 이미지는 문장이 되었고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탈바꿈됐다. 두 시간 만에 집필이 끝났다. 뭔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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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보호 되었습니다김영민

“강아지한테는 가슴 줄을 하세요.” 쌍욕을 퍼붓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남자는 내 말을 듣고도 계속 일시정지 모드를 유지했다. 그러다가 뒤늦게 생각이 미친 듯 뒤를 돌아봤다. 레트리버가 앉아 자세를 취하며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모든 행동을 일부러 느리게 하는 듯했다.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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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추얼 러브제리안

욕조를 그득 채우고 있는 액체는 분명 피였다. 그렇다는 건…. 찰나에 뇌의 활동이 멈췄다. 상황 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 눈앞의 대상이 희뿌옇게 흔들렸다. 맥없이 고개를 저으며 뒤로 물러나던 그때, 무언가가 발꿈치에 닿았다. 무심코 내려다본 타일 바닥엔 혈흔이 묻은 식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연실색한 두나의 가느다란 팔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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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없다장우석

“오른쪽 팔이라서 좀 지장이 있겠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정도라도 다쳐줘서 말이다. “뭐 할 수 없지. 왼손으로 수저 잡는 거 연습 중인데 좀 더 노력하면 될 거 같아.” 석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깁스를 한 팔에 그림처럼 그려진 글씨를 바라보았다. Keine Ko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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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항암월드홍유진

백혈병 환자의 슬기로운 환자생활 “나는 항암생존자입니다” 이 책은 인생에 무서운 시련의 폭풍우가 불어닥칠 때 대부분의 사람을 가장 괴롭히는 질문,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어쩌다 하양이 이런 지독한 암에 걸렸는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 과정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다른 환자들과 가족, 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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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는, 설렘여니

열다섯엔 풋사랑에 가슴이 뛰었고, 대학 땐 첫사랑에 가슴이 아팠었다. 그리고 지금은 내내 윤태민 때문에 가슴이 아리다. 내내 한 사람만을 가슴에 품은 한가영은 다른 남잔 볼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그런 마음을 들킬세라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파도 견뎌야겠지. 마음을 들키는 순간, 이 모든 관계는 깨어질 테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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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그녀의 사내 정복기여니

다시 고개를 들어 살펴보아도 커서가 깜빡이는 곳은 비서실과 대표 두 명이 모두 모인 채팅방. 마지막 하나 남았던 숫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니, 네 사람이 전부 다 확인한 건가? 하하, 저도 모르게 유미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때도 잘 맞췄지. 하필이면 친절하게 부탁한 데다 대고 짜증을 부렸으니. 아직도 진우의 [나, 커피 한 잔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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